어서 오세요.
여성 전용 셰어하우스 와카바소입니다.
저마다 크고 작은 사연과 남모를 비밀을 품은 채 살아가는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일본 인기 드라마 "감정 8호선"의 원작자 하타노 토모니의 따뜻한 힐링 소설
"와카바소 셰어하우스입니다" 새로 깐 바닥에서 은은한 풀 향기가 났다.
새싹의 집이라는 뜻이기도 한 "와카바소"라는 이름처럼 봄날 초원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보름달을 뜻하는 "모치즈키 미치루"의 시점에서 시작된다.
펜데믹, 젠더 갈등, 가난과 고령화까지 다양한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시대에 마흔이 시작되는
시점에서 미치루의 변화의 환경을 함께 이야기하고 있다.
미치루는 "아네모네"라는 작은 식당에서 일을 하며, 혼자 살아가고 있다.
팬데믹으로 경제 상황이 안 좋아지면서 "와카바소"라는 셰어하우스에서 살게 된다.
처음엔 경제적인 문제로 살게 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와카바소와 함께 사는 사람들과
정을 나누며 계속 살고 싶어 진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사회 문제들을 등장인물의 사연
속에서 평범하고 자연스럽게 이야기하고 있다.
도대체 무얼 위해 태어나서 무얼 위해 살아가는 건가 싶기도 해요. p33
무슨 일이든 주어지는 대로 해야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다.
그런데 마흔을 지난 내가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p37
이십 대나 삼십 대까지만 해도 겉으로는 "이제 나도 나이 먹었어"하고
엄살을 부리곤 했다. 그런 말을 농담으로 할 수 있을 정도로 젊었기 때문이다.
마흔이 되고 보니 아직 "나이 먹었다"라고 말할 수준이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p136
마흔 넘으면서 그냥 이렇게 계속 살아가겠구나 했는데, 그러지 못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어요. 좋아진 부분도 있고, 안 좋아진 부분도 있고, 이십 대나 삼십
대까지만 해도 일이라든지 인간관계가 변하는 게 당연한 일이었는데, 사십 대가 되었다
해도 변화는 마찬가지일 텐데 그걸 받아들이는 속도가 느려졌어요. 그래서 갑작스러운
변화가 생기면 피로감을 느끼는 거죠. p286
와카바소처럼 독신 여성이 마음 놓고 생활할 수 있는 장소를 더 만들고 싶어.
원래는 국가나 지자체 같은 공공 기관에서 그런 사람들을 도와주는 게 제일 바람직하겠지.
하지만 지금 일본을 보면 그런 도움을 기다리는 사이에 몇십 년이 후딱 지나가 버릴 거야.
그러는 동안 자기 혼자의 힘으로 살아갈 수 없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 갈 테고. (중략)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비슷한 처지인 여자들을 살 곳을 마련하고, 그걸 늘려 가는 일이야.
서로 적절한 거리를 두고 살면서 비상시에는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여기 같은 공간이
앞으로 점점 더 필요해질 거야. p311-312
와카바소 같은 장소가 필요한 사람들은 많을 것이고, 앞으로 고령화 사회에 더 많아질 것이다.
코로나가 심각해지는 가운데 "빈곤"이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코로나
사태가 벌어지기 전부터 존재하고 있었다. 사회적 상황이 이렇다 보니 수면 위로 드러났을 뿐이다.
장기 불황으로 인한 취업 빙하기를 겪으며 제대로 된 직장을 갖지 못하고 불안정한 생활을 하는
주인공 미치루, 커리어우먼으로 경제적으로 여유롭지만 여자로서 사회에 자리 잡기 쉽지 않은 채
워커홀릭으로 살아가다 인생의 회의와 외로움이 느껴져 아픔을 겪은 마유미,
20대 셀럽 인기 작가로 살다가 돈과 가족과의 갈등을 겪고 소설가로 생명을 잃어버린 치나미,
2번의 이혼과 가정 폭력의 아픔을 겪은 미치코, 마지막으로 셰어하우스 멤버가 된 병원에서 요양사로
일하는 사연을 알 수 없는 조용한 사치코, 와카바소 셰어하우스 주인이자 관리인 도키코 이렇게
6명이 오래된 2층 일본식 하우스에 살아가며 서로를 알아가고 서로의 아픔을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며 살아가고 있다.
와카바소 셰어하우스는 40대 이상의 혼자 살아가는 여성들만을 위한 공간이다.
우리나라도 이런 곳이 있음 얼마나 좋을까? 있을까?
1인 가구가 증가하는 시대에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는 따뜻한 공간이 생기면 좋을 것 같다.
와카바소 셰어하우스는 경제적 어려움이 있는 혼자 살아가는 여성들을 위한 공간이다.
40대 이상의 싱글 여성들을 위한 주택과 사회 복지 혜택이 많지 않다. 초고령 사회를 일찍이
겪은 일본의 사회 문제가 우리나라도 비슷하게 겪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특히 책에서 팬데믹 시대를 겪은 마스크 착용, 식당 단축 영업 등 현실에서 겪은 이야기가
배경이 되어 소설이 아닌 실제 이야기 같이 느끼며 빠져들었다.
와카바소=새싹의 집,
다 읽고 나서 책 이야기와 제목이 찰떡이라고 생각했다.
새싹은 새로 시작하는 뭔가 희망의 의미를 느끼게 해 준다. 40대 이상의 여성들이 새로운
삶의 시작을 하고, 평소같이 생활하는 시점에서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마무리된다.
책을 읽으며 마치 내가 미치루가 되어 와카바소 셰어하우스입니다 에서 생활하는 듯했다.
오랜만에 일본 소설을 읽었는데 잔잔하고 따뜻하고 푸근한 이야기의 힐링 소설이었다.
왠지 와카바소 셰어하우스입니다. 시즌2가 나올 것 같은 결말로 그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 저자
- 하타노 토모미
- 출판
- 넥서스
- 출판일
- 2023.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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